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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기업에나 갑작스러운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위기에 처한 기업이 모두 망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 크게 발전하는 기업도 있다. 무엇이 그런 차이를 만드는가?

2004년 쓰레기나 다름없는 불량 재료를 만두소로 사용했다고 온 국민이 분노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때 많은 만두 회사가 문을 닫았지만 '취영루'라는 회사는 오히려 매출이 상승했다. 비결은 뭘까? 식약청 발표가 있고 나서 대부분의 기업은 "그런 재료는 쓴 적 없다. 자료를 공개한 식약청에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며 협박·발뺌·읍소로 일관했다.

하지만 취영루는 신문에 '만두에서 단무지나 무 성분이 나오면 회사 문을 닫겠다'고 광고를 내고 생산 공정을 완전 개방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왜 똑같은 위기상황에서 누구는 망하고 누구는 흥하는 것일까? 그 차이는 이미 발생한 사고에 달려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고 처신하느냐'이다.

먼저 '위기관리팀'을 만들어라

위기관리는 수많은 다리를 가진 문어와의 싸움과 비슷하다. 언론·정부·소비자·시민단체·협력업체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에 맞서 올바른 대응을 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문어의 여러 다리가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한다는 것이다. 기자들은 마구 질문을 하고 소비자들의 불만은 빗발치고 관련 기관의 조사도 시작된다. 그러다 보면 정신이 없어 우왕좌왕하기 쉽다. 전체적인 상황을 장악하고 통제할 위기관리팀이 필요한 까닭이 여기 있다. 일반적으로 위기관리팀은 위기관리팀장을 중심으로 그 아래 언론팀장, 소비자관계팀장, 제조분야 전문가, 대 정부 및 시민단체팀장, 대변인, 세일즈 마케팅팀장, 스토리팀장,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다. 위기관리팀을 구성할 때는 현재 맡고 있는 직책에 연연하지 말고 각자의 자질과 경험을 고려해 그 일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임명해야 한다.

위기관리팀이 구성되면 가장 먼저 할 일은 내부 관리다. 직원들 입단속부터 해야 한다. 2006년 한 놀이공원의 무료 개장 이벤트에 한꺼번에 6만 명의 인파가 몰려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을 물어보는 기자의 질문에 한 직원이 무심코 이렇게 대답했다. "손님들의 문화의식이 부족해 발생한 사건이죠." 이 말이 기사화되면서 회사는 공분을 샀다. 한 대 맞을 것 열 대 맞아야 했다.

사과 성명은 CAP 룰에 따라라

위기관리팀이 해야 할 다음 일은 사과 성명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성명서를 작성할 때는 'CAP 룰(rule)'에 따르는 게 도움이 된다. 사과 성명의 30%를 '사과의 말(Care & Concern)'로, 60%를 '앞으로 취할 행동(Action)'으로, 그리고 나머지 10%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Prevention)'로 작성해 발표하면 사람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내용은 행동(Action)이다. 구체적인 행동 제시가 부족하면 사과 성명은 실패할 공산이 크다. 지난번 도요타 자동차 대량 리콜 사태 때 아키오 사장의 사과 성명에는 구체적인 행동에 대한 언급이 너무 부족했다. 급발진 사고로 4명의 일가족이 죽은 지 6개월 만에 나타나 뒤늦게 사과한 것도 문제가 됐지만 리콜 및 보상 방식과 절차 등 구체적인 언급이 없자 사과 후에 비난 여론이 더욱 들끓었다.

2007년 바비 인형으로 유명한 세계 최대의 완구업체 마텔사도 대량리콜 사태를 겪었다. 어린이 완구에서 납 성분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 마텔사 CEO 로버트 에커트의 사과 성명은 아키오 사장과 확연히 달랐다. 그의 사과 성명은 CAP 룰을 정확히 따랐다. 먼저 신문에 전면 사과 광고를 내고 '당신과 나는 똑같이 부모의 마음을 가졌다'는 말로써 CEO 이전에 한 아버지로서 느끼는 안타까움과 죄스러움을 고백했다(Care & Concern). 그런 다음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리콜을 실시했다. 홈페이지에는 리콜 대상 제품들의 사진과 함께 리콜 절차에 대한 상세한 안내는 물론 수신자 부담으로 발송할 수 있는 우편양식까지 첨부했다(Action). 그런 다음 문제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철저히 밝혀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 이를 소비자에게 알렸다(Prevention). 그 결과 매출은 하락하지 않았으며 주가는 오히려 상승했다.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최근 기업의 위기는 소셜미디어로 인해 더 커지는 경향이 있다. 2009년 유나이티드항공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큰 망신을 당했다. 캐나다 음악가가 짐 관리를 잘못해 자신의 고급 기타를 망가뜨렸다고 보상을 요구했으나 유나이티드항공은 이를 묵살했다. 화가 난 음악가는 풍자하는 노래를 유튜브에 올렸고 이 동영상이 조회 수 900만 회를 기록하면서 2만여 개의 비난 댓글이 달렸다. 급기야 CNN에서도 뉴스거리가 돼 망신을 당했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유나이티드항공은 음악가에게 사과하고 앞으로 직원 서비스 교육에 힘쓰겠다고 다짐해야 했다.

반면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위기를 극복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저가항공사 제트블루도 유나이티드와 비슷한 위기를 겪었다. 겨울, 비행기가 연착돼 탑승객들은 난방도 안 되고 창문도 깨진 공항에서 덜덜 떨어야 했다. 승객 중 한 명이 이를 동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렸고 여기도 수백 개의 비난 댓글이 달렸다. 다시는 제트블루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여기까지는 유나이티드항공사와 비슷하게 전개됐지만 제트블루는 대응이 달랐다. 제트블루의 CEO가 CAP룰에 맞춰 작성한 '우리가 당신에게 드리는 약속'이라는 사과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기 때문이다. CEO 동영상 역시 수십만 명이 시청했지만 여기에는 우호적인 댓글이 달렸다. 소셜미디어는 잘만 사용하면 약이 된다.

CEO를 적절하게 활용하라

제트블루의 위기 진화에는 CEO가 큰 역할을 했다. 많은 CEO가 위기 때 언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긁어 부스럼 만들까 봐 침묵으로 버티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신중론은 '정보의 공백'을 낳게 된다. 여론은 위기를 맞은 회사에 관심이 많은데 정작 당사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그 정보의 공백은 누가 메우게 될까? 결국 '카더라 통신' 또는 '경쟁 회사의 소식통'이 메우게 될 가능성이 크고, 남에 의해서 채워진 정보는 우리 회사에 불리한 내용이기 쉽다. 도요타 리콜사태도 CEO의 등장이 늦어 더 큰 피해를 본 경우다.

그럼 언제 CEO가 등장해야 할까? 우리 기업이 잘못했을 가능성이 크거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경우라면 CEO가 나타나 정식으로 사과해야 한다. 우리 기업에 잘못이 없다고 확신하는 경우에는 CEO가 과감한 표현으로 회사의 결백을 주장해야 한다. "우리는 맹세코 잘못하지 않았다. 만일 나의 이 맹세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질 경우 CEO인 내가 그 다음 날로 동해바다에 가서 빠져 죽겠다!"와 같이 강력하게 말해야 한다. 이래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유죄추정을 무죄추정으로 전환시키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위기 관리 :: 2011. 9. 17. 23:11 법적위기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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